국내 패션유통의 실적이 우울하다. 지난 2일 각 백화점에서 내놓은 8월 매출 실적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월간 총매출이 일제히 줄어들었다고 한다.

물론, 세계적인 경기 불황과 폭염, 태풍 등 여러 가지 마이너스 성장요인이 있었지만, 국내 패션유통업계의 현 상황을 이러한 주변 여건 탓으로만 돌리기에는 우리의 유통 구조가 너무 무기력하다는 생각이 든다.

불황을 타개하고 국내 패션유통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먼저 국내 패션유통의 현주소를 냉철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

국내 대부분의 패션 유통업체들은 대량 생산체계와 체인화 속에서 개성을 잃어가고 있다. 약간의 차이만 있을 뿐, 대부분 비슷한 MD 구성과 입점 브랜드를 가지고 있으며, 깨끗하고 편리한 쇼핑 공간과 우수한 서비스는 기본 스펙이 되었다.

불황은 항상 있었다. 오히려 우리가 불황이라고 부르지 않았던 때가 있었나 싶다. 그러나 아무리 어려운 때라도 성장하는 사업, 성공하는 브랜드는 틀림없이 있었다.

지금 시점에서 우리는 무엇으로 승부할 것인가.

무엇이 고객의 발길을 브랜드매장으로 돌릴 수 있을 것인가.

지금 패션유통시장에 필요한 것은 감성이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어떻게 세계인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 잡았는가. 싸이의 명성도, 엄청난 제작비도, 막대한 홍보비도 아닌, 바로 즐거움이라는 감성이다. 싸이는 음악을 만들고 뮤직비디오를 제작하는 내내 진심으로 즐거웠다고 한다. 그의 음악과 에너지는 촬영하는 모든 스텝들을 즐겁게 하였고, 그의 음악을 듣는 모든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전파했다.

주목할 점은 싸이의 감성에 동화된 세계인들이 단지 즐거워하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동영상을 확대 재생산하며 유쾌하고 즐거운 축제의 한마당으로 스스로 뛰어들었다는 점이다.

감성은 이렇듯 놀라운 파급효과를 갖는다. 일단 감성이 전파되면 매출은 자연스럽게 따라 온다. 특정 환경에 대해 감정적인 반응을 먼저 경험하면, 그 감정에 의해 행동적 반응이 유도된다는 것이 이미 연구를 통해서도 여러 차례 증명된 바 있다.

사람들은 이전과 똑같은 것에서는 아무런 감흥을 느끼지 못한다. 그래서 늘 보다 새로운 것 보다 특별한 것을 찾기 마련이다.

지금 국내 패션유통 업계에는 기존의 유통 형태와 차별화되는 보다 특별한 감성 소비가 필요하다. 패션유통과 문화 역사의 결합도 차별화를 위한 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패션유통과 문화역사의 결합으로 차별화에 성공한 쇼핑몰의 한 예로는 네덜란드의 메그나프라자를 들 수 있다.

100년의 전통을 가진 암스테르담 대표백화점 메그나프라자는 1899년 당시의 건축문화인 네오고딕양식을 그대로 간직하여 쇼핑의 즐거움 못지않게 쇼핑몰 자체를 둘러보는 즐거움이 있는 곳이다.

이것은 감성소비를 중요시하는 현대의 소비자들에게 중요한 문화적 교감을 만들어주고 있다.

이제 국내 패션유통업계도 단순히 유럽형 쇼핑몰을 모방하기만 하던 시대를 지나 세계 속의 쇼핑타운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우리만의 감성을 찾아야 한다.

국내 여러 분야에서 가장 한국적인 것으로 세계 1등을 꿈꾸어 왔고 또한 그 꿈을 이루고 있는 세상이 아닌가.

우리의 감각과 우리의 문화가 세계에서도 통한다는 것은 한류라는 바람을 통해 이미 검증된 사실이 아니던가. 지금쯤이면 가장 한국적인 멋과 감성을 지닌 한국형 패션유통 센터로 전세계 관광객을 맞이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